관심과 간섭의 차이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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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08:13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등부 또는 성인기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주로 만나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인기를 맞이하는 보호자들의 우려와 걱정, 애환들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 10개월 동안은 생활체육센터를 찾아오는 영유아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가족을 주로 만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의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서는 그간 제가 경험했던 양상과는 제법 다른 패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보호자의 관심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보호자의 결정이 곧 그 아이의 전부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아이의 결정권은 거의 존중이 되지 않고,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틀에 아이를 맞추는 형식이 매우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센터 이용문의 상담 전화를 받으면서 놀란 사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한 어머님이 센터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센터에서 어떤 체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나요?

(센터) 네. 우리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운동기능과 관심영역을 우선적으로 파악한 후, 부족한 운동기능 향상을 위해 개별적인 접근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머니) 아 그래요? 그런 거 말고 우리 아이가 줄넘기나 특정 종목을 정해서 배우면 좋겠는데... 그렇게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나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이를 위해 센터를 보내시면서 정작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아이에게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 단호히 “죄송하지만, 그렇게 수업을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후로, 그 어머니는 연락이 다시 오지 않았죠.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제 욕심대로 자식을 키우고 싶은 것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반응을 살핀 후 호응도가 높은 쪽을 선택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런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고, 빠른 습득이 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고유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도 한명 한명 고유한 존재인데, 우리는 이를 무시하고 억압할 때가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는 시기마다 계속 바뀐다고 합니다. 부모, 교사의 욕구가 아닌 당사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터널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터널 같은 건 없습니다. 묵묵히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간 빛이 보이기 마련이죠. 

여러분의 터널은 다행히 그리 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선형 / 장애인재활상담사 / 평택대 재활상담학과 겸임교수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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