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와 함께 꿈꾸는 사회적경제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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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15:10




저는 자폐성장애 남매를 키우는 엄마이자 발달장애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 풀어 보고자 시도하는 사회적 기업가입니다.


이에 발달장애인에 생애주기에 맞춰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우리 아이들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치료실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 2월 봉담에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만들고, 그해 11월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으며, 2017년 4월에는 동탄점을 오픈했고, 올해 2월에는 수원점을 개소했습니다.


그동안 간간히 매스컴과 언론에 소개될 때마다 업무가 마비가 될 정도로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치료실이다. 그러니 당장 이사를 오겠다.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이사 오시면 안됩니다. 비장애 자녀도 있으시고 아버님이나 어머님 직장도 있으신데 다른 가족들이 희생하시면서까지 이사를 오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살고 계시는 지역에 제2 제3의 꿈고래놀이터를 만드신다면 저희에 노하우와 모든 서류를 오픈하며 돕겠습니다.” 이렇게 통화를 마친 뒤로는 다시 전화를 주신 분은 한 분도 안계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에 현실입니다. 전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놓기를 원할 뿐, 밥상을 차리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불과 몇년전부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해에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하는 곳이 빠르게 그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한해에 100개에 협동조합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면 90개에 협동조합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산하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무용지물의 협동조합이 되고 맙니다. 이제 지자체에서는 설립신고를 하러갈 때 해산절차를 알려주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희생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조직이 협동조합입니다.


또한 흔히 많은 분들이 하는 오해 중 한 가지는 “협동조합 만들면 나라에서 돈 준다더라” 입니다. 나라에서 무상으로 지원되는 지원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자립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이 있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입니다. 제 주변에도 당장 내 아이가 졸업 후 갈 곳이 없으니 한 사람당 천에서 오천만원까지 출자금을 내어 내 아이를 고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든다거나, 주간보호를 만들어 협동조합으로 출발하신 곳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곧 문을 닫거나 해산 절차를 하는 곳이 열에 여덟은 되어 사람에게 상처만 입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나곤 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좋은 의도만으로 카페에 와주시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가 지불한 돈에 대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합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 경우에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출자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맙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우리 발달장애 부모님들이 더 많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안경제가 되어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있습니다.우리 나라에서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만 제공하면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인정해 주는 수준으로 아직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직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오늘은 협동조합을 만드시고자 생각하셨던 많은 분들께 협동조합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음을 조금, 아주 조금 말씀드렸습니다.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괜시리 생각만 많게 해드린 건 아닌지 죄송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부터 울고, 웃는 사회적경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글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각자에 협동조합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수많은 이사장님과 조합원 여러분에게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며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이 아닌 호혜와 연대,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를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신화 / 장애인권활동가 / 사회적경제 컨설턴트 / 부모협동조합 이사 / 발달장애남매 엄마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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