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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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01:02



장애인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종류의 장애에 대해 그런 태도를 동등하게 갖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서 우리들 대부분은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애와 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장애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심지어 그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조차 그러한 경우도 적지 않다.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흰지팡이를 짚고 다니거나, 수화를 하고 있는 장애인을 보면 우리는 쉽게 그 사람의 장애를 인정한다. 그리고 적어도 그러한 신체상의 장애가 그 당사자에게 어떤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추측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필요한 도움을 주거나 장애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려고도 한다. 그가 특별한 편견이 없고 선량한 사람이라면 (장애이해교육같은 걸 받지 않았다해도) 상식 수준에서 그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뇌성마비나 다운증후군처럼 외모상으로 장애여부가 쉽게 드러나는 장애인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장애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장애를 전제로 더 많은 것이 필요할 수 있음을, 그 차이만큼의 기회가 더 제공되어야함도 인정한다.


그러나 외적 상태로는 쉽게 그것이 장애인지 알아볼 수 없는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같은 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성인을 만나면 그것이 그리 싶지 않게 된다. 일단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가 장애인인지 아닌지 어떤 장애가 있는지 잘 알기 어렵다.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는 경우에는, 그 사람을 어딘가 모자란 사람 혹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장애는 보자마자 그것을 장애로 인정하고 그에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그 장애에 적응하거나 자연스럽게 대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경험한 적도 관련 지식도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장애이해교육이나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어떤 장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사실,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도 그 장애가 어떤 장애인가에 따라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시간적, 질적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하지마비 혹은 뇌성마비같이 외적, 물리적 상태의 장애와 달리 발달장애라는 내적 상태의 장애는 부모라할 지라도 그 장애를 있는 그대로 아이의 정체성의 일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게 어려울 만큼 인간의 내면과 관계된 장애인 것이다. 


실명이되거나 다리가 절단되었다고 해서 삶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의 부모라면, 힘들긴 하겠지만, 아이를 위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비교적 쉽게 인정하고 가능한 빠른 기간내에 그 상황에 적응하고 대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로 판명이 나면 그 아이의 삶과 부모의 삶은 본질적으로 바뀐다. 바뀔 수 밖에 없다. 경험하기 전에는 아무도 쉽게 그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크게 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똑같이 장애를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외적 상태, 신체적 상태의 차이와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차이인 것이다. 


발달장애가 발생하면 그 당사자의 삶이, 그 가족의 삶이, 어떻게 얼마나 바뀌는지 그 '차이'를 며칠 혹은 몇 달이라는 단시간 내에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가족은 아마도 거의 없으리라.  더 긴시간 경험하고 공부해가면서 알 수 밖에 없고, 그 본질적인 '차이'를 장애로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게 되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여타의 장애와 같은 정도로 그 장애를 인정하지못한다면, 이는 장애를 차이나 개성이 아닌 '틀림'으로 인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그 아이에게 그 차이만큼 무엇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파악함에 있어서도 아이가 아닌 나의 입장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은 비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식개선이나 홍보 프로그램도, 장애인 가족지원 프로그램도 지적장애나 자폐 장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나와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인간이 아님을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고 정신병은 더더욱 아님을 이해시키는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은 이제 어릴 때부터 누구나 받아야만 한다. 누구나 발달장애아의 부모나 가족이 될 수 있다.


김성남 / 특수교육학박사 / (주)쌤스토리 행복한마음발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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