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가 아닌 친구 되어주기

김성남님

0

5218

2018.06.29 00:42



요즘 저는 성인기 세 명의 발달장애인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첫 번째 친구는 페이스북에서도 유명한 S군입니다. 작년 겨울 꿈고래놀이터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만난 S군은 겨울방학이 끝난 후에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지속적으로 전화를 합니다. 전화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비와요.”, “버스 탔어요.”, “운동해요.”..


처음에는 하교길 버스 안에서 주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버스 안 핸드폰 사용은 매너가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다음부터는 버스타기 전 정류장에서 버스탈거라는 전화를 합니다.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아주 사소한 일상에 이야기이지만 비가 오는 날 누가 저에게 비가 온다며 이렇게 감수성 깃든 전화를 해줄까요... “저녁 먹은 후 설거지는 먹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같은 다소 잔소리처럼 들릴법한 이야기도 S군은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 “네!”라고 대답을 해줍니다.


두 번째 친구는 성인기 여자친구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 친구와는 다소 의무감으로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아무래도 같은 직장에 선생님들은 상하관계로 느껴질 수 있으니 저에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직장 내 매너교육을 부탁하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 만남을 갖고 있는 이 친구는 첫 번째 만남에서 감정카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펑펑 우는 것입니다. 이 친구의 개인적인 가정사를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속내를 이야기하며 우는데 조금 더 빨리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단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헤어질 때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며 자주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더군요...


세 번째 친구는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직장인 A군입니다. 어느 날 카톡방을 만들어 저와 김선형 교수님을 초대한 A군은 정확히 아침 7시에 카톡을 보냅니다. 아마도 그 시간은 그 친구가 출근하는 시간일 겁니다. 구글에서 영화나 다양한 자료(지하철이나 재테크 방법)를 찾아 링크를 보내고 그 밑에 이모티콘을 보냅니다. 항상 똑같은 패턴에 카톡을 거의 비슷한 시간에 보내지요. 그러면 저와 김교수님은 “오늘 하루도 홧팅합시다!” 또는 수고하라는 답톡을 보냅니다. 그러면 A군은 언제나 기분 좋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세 명의 친구들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좋은 멘토인 것 같다고 이야기도 하셨고, 누군가는 좋은 인생선배가 되어 주라고도 하셨고, 누군가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 나이가 열 살만 더 젊어도 밥 잘 사주는 좋은 누나, 좋은 언니가 되어 줄텐데 많이 아쉽더라구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물학적인 나이는 제가 도무지 어찌 해볼 수가 없네요ㅜ.... 아무래도 나이 차이 때문에 친구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달장애인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쁜 날, 슬픈 날, 그냥 그런 날 누군가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것이 저처럼 나이 많은 아줌마가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지역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늦은 시간에 연락하거나 비매너적으로 소통하려 한다면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요.... 모르는 건 충분히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도 위 세 친구의 행복하기를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 주세요. 당신이 먼저 친구가 되어 어깨를 내어 줄 수 있는 발달장애인이 주위에 있는지 살펴봐 주세요. 발달장애인에게도 단 한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들에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로울 테니까요



임신화 / 장애인권활동가 / 사회적경제 컨설턴트 /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 발달장애남매 엄마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목록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