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발달장애인의 백신접종,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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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2 20:22





번역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원글 : Ben Gets Vaccinated Injection averse and 6’1”- What do we do?

https://www.facebook.com/ncsautism/posts/2949280498623898



벤은 20살의 훤칠한 청년입니다. 그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중증의 자폐성장애입니다. 그건 말할 수도, 읽을 수도, 자신의 이름을 쓰거나 말할 수도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남을 공격하는 행동은 없지만 자신의 코를 툭툭 치거나 손을 털거나 큰소리를 내는 상동행동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불안할 때 나타나기도 하고 평상시 생각에 빠져있을 때에도 나타납니다. 


벤은 많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원하거나 필요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패드로 소통합니다. 예를 들어, 피자가 먹고 싶을 때 아이패드의 피자가게 버튼을 누르는데 치킨피자를 먹을지 페퍼로니 피자를 먹을지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로 할아버지댁이나 수영장에 가고 싶다는 표현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있거나 기운이 없는 이유에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옷은 혼자 입을 수 있지만 (가끔은 안팎을 뒤집어 입기도 합니다) 자신의 주변에 놓인 위험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찻길로 뛰어들거나 달리는 차 안에서 문을 열거나 뜨거운 난로를 만질 수도 있습니다. 물을 너무 좋아해서 한겨울 강가로 뛰어들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강가를 거닐 수도 있습니다. 벤의 행동은 예측하기 힘들어서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의 음식을 빼앗아 먹을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벤은 하루 온종일 일대일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부모와 14살 여동생, 그리고 반려견과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특수자폐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이 곳은 22살까지 다닐 수 있습니다. 방과후와 주말동안 2명의 도우미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벤은 이들과 오후산책 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의 지원없이 가족끼리 외출하는 것은 가장 힘든 일입니다. 


벤은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백신접종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의를 구성하여 접종 시나리오를 구상했습니다. 회의에는 주치의, 정신과의사, 부모, 사례관리자, 2명의 지원인과 조부모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벤에게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의논하고 가장 덜 강압적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이 회의에 당사자인 벤도 최대한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접종 이야기에 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벤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고 싶었고 만약 우리의 계획이 효과가 없다면 그건 좋은 계획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여러 차례 접종을 시도하다


첫 번째 집종을 시도했던 병원은 공교롭게도 벤이 치과진료를 위해 마취예약을 해놓았던 곳이었다. 마취한 동안 백신접종을 할 수 있겠냐고 병원에 문의했지만 병원측은 여러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할 수 없이 다른 병원에에서 접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벤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 벤과 함께 병원투어를 진행했고 접종단계별로 상세하게 사진을 찍어 지원인이 소셜스토리를 만들었다. 병원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자폐 프로젝트팀에서 추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주었다. 


다음번 방문에서는 병원 내 자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접종절차를 잘 안내해주었습니다. 그 전문가는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자폐성장애인이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녔다는 점도 이해해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터치도 매우 싫어하지만 또다른 사람은 포옹으로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벤은 진료실과 분리된 방이 더 잘 맞을 거라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 방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 어두운 조명, 천정의 별빛 장식이 있고 침대나 의자를 선택할 수 있고 방문객도 제한되어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그 전문가는 국소마취크림, 통증완화 장난감, 주물럭 감각교구와 게임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는 벤의 소셜스토리를 아이패드에 저장하여 여러번 읽어주었습니다. 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벤도 고통이 두려웠습니다. 벤이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소셜스토리에는 셋까지 세고 나면 끝날 거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우리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이제 벤은 준비가 된 것 같았습니다. 알콜로 팔을 문지르고... 벤이 가만히 앉아서 잘 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간호사가 다가오자 벤은 간호사의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185cm 키에 110kg이 넘는 거구의 벤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가 다시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벤의 불안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속이는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벤은 우리를 신뢰의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저렇게 두려워하는데 밀어붙여야 할까요?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벤의 주위를 다른 데로 돌려보려고 했지만 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계속 겁에 질려 간호사를 바라보면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병원측에서 신체적 억제(restraint)를 사용하겠냐고 물어왔습니다. 벤은 너무나 긴장했고 어서 여기를 떠나자는 애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병원을 떠났습니다.  


불행히도 코로나시국은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불균형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은 기저질환이나 예방적 조치(마스크 착용, 접종 공포)에 취약하여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발달장애인의 사망률은 일반수치보다 더 높습니다. 우리는 벤에게 꼭 백신접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는 단지 코로나백신 접종에 대한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성인인 벤이 채혈을 하거나 의료적 절차를 밟기 위한 프로토콜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벤이 가능한 많은 선택권을 제공받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매 절차를 거치면서 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오늘 시도한 계획은 미래에 있을 여정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의 미래관리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고 일을 그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백신접종 이동지원 서비스


우리는 병원의 백신 접종 이동지원 서비스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벤이 잠들어 있는 늦은 밤에도 그들이 기꺼이 우리 집에 와 줄까요? 주치의, 정신과 의사, 발달센터 사례관리자, 이동지원 코디네이터와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이동지원 서비스팀이 방문할 수 있는 가장 늦은 시간은 오후 2시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한 시간 전에 수면유도제를 먹어야 합니다. 게다가 벤 한 명을 위해서 이동지원 서비스가 마냥 기다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장애인지원을 위한 치료서비스


지난 몇주 동안 길었던 대기자 명단이 거의 줄어들고 몇몇 병원은 장애인을 위한 접종 프로토콜을 운영할 수 있는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준비한 지원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사바늘과 장비는 커튼 뒤에 숨겨두고 직원들은 병원 유니폼이 아닌 평상복을 입습니다. 필요하다면 디즈니영화를 상영할 것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적이었고 A계획과 B계획을 준비해두었습니다. 한 달 후에 벤이 너무나 좋아하는 캠프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백신접종을 맞아야 했습니다. 


A계획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방식입니다. 의사가 뒤에서 어깨에 주사를 놓는 동안 우리는 벤의 왼손을 손톱으로 눌러주면서 주위를 분산시킵니다. 의사는 이 계획에 자신있어 했지만 촉이 빠른 벤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만큼 자신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B계획은 순식간에 헤치워버리는 방식입니다. 만약 A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PMT(Physical Management Trained, 훈련받은 물리적 관리팀) 전문가가 뛰어들어 의사가 접종하는 동안 벤을 부드럽게 제지하고 즉시 물러납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방법의 법적 책임에 대해 부담을 느낍니다.


병원측이나 상담가가 이에 대한 도움을 제공하지 않으려고 버텼습니다. 이런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벤이 유일할까요? 결국 우리측의 사례관리자가 나서서 PMT 전문가가 이 논의에 합류하도록 조정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한 비용은 일체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 훈련받은 물리적 관리에 의한 제지 (PMT Restraint)


무시무시하죠. 정신병원을 무시무시하게 묘사한 영화에 나올법한 하얀 옷의 남자들이 연상됩니다. 우리도, 그 누구도 이런 방법을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벤과 가족들도 그럴테지요. 절차의 진행을 위해서 2명의 PMT 직원이 논의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벤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들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유쾌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를 정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연을 해보았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몸부림을 쳐보았는데 그들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잡은 손에 멍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지만 그런 방식은 물리적 억제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두려움을 확실히 걷어내었습니다. 벤도 그렇게 생각해줄까요?


그 전문가들은 벤을 만났고 벤은 그들에게 자신의 아이패드를 보여주면서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PMT 제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토론하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단지 벤의 팔을 잡고 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벤의 팔을 잡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여 벤과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지가 잘못 적용되면 최악의 경우 부상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당사자와 가족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 우리를 덜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그 전문가들은 무작정 폭력적으로 벤을 붙들거나 깔아뭉개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벤이 가능한 한 빠르게 고통없이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민첩하고 부드럽게 제지하는 PMT 전문가였습니다.  


다들 짐작하다시피 A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바늘이 벤의 피부에 닿자마자 벤은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어떤 자폐성 장애인들은 고통이 둔감하지만 벤은 아니었습니다. 벤은 의심의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진료실을 돌아다녔습니다. 벤을 어떻게 다시 앉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벤이 ‘자동차’ 수어하는 것을 한 사람이 보았습니다. 


“만약 벤이 더 편안해한다면 차 안에서 접종할 수도 있어요.” 벤이 자동차 뒷자리에 앉았고 PMT 전문가가 양쪽 곁에 앉았습니다. 의사가 준비를 마친 뒤 그들은 벤의 양팔을 감싸며 “벤, 다치지 않게 팔을 진정시켜줄게요.”라고 말하며 셋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는 셋을 다 세기 전에 접종을 마쳤고 여기저기에서 하이파이브가 터져 나왔습니다. 벤은 뿌듯해하며 미소띈 얼굴로 PMT 전문가, 의사와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한 팀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갔고 드디어 해낸 것입니다. 벤이 기뻐하며 아이패드로 ‘피자’를 말했고 모두 함께 피자로 자축파티를 열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날 밤 11시에 우리집에 가려고 했었다고 의사가 나중에 털어놓았습니다. 모두가 진심으로 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벤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줍니다. 


나는 사람들이 접종을 받기 위해 걸어들어와서 반창고를 들고 나가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나는 그 누구도 강제로 억제당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료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인도적인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선의 노력


장애인을 위한 전문진료소 운영을 위한 모범사례에 대한 글을 쓴다면 PMT 억제교육을 받은 직원을 포함시킬 것입니다. (1) PMT 의 유연한 제지가 필요한지 (2) 당사자와 가족이 이 절차를 이해하고 동의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간을 별도로 확보해야 합니다. 참가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기대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은 분명히 큰 차이를 가져올 것입니다. 


예방접종과 같은 의료시술을 위해 성인 장애인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나의 아들 벤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PMT 제지에 대한 논의를 양지로 끌어내어 벤과 같은 사람들을 위한 보다 인권친화적이고 차분한 건강관리 규칙이 수립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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