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날적이


[지적인데 지적인 재현이] 06.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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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4:06







친구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있는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수서에서 익산까지 기차를 탔어요
한시간쯤 타고 가는동안 
창밖도 구경하고 핸드폰도 했어요

장례식장에 가서 
친구 할머니의 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아드렸어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가족들에게 인사도 드렸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편안하게 가시려면
밥을 맛있게 먹어야 한대요
국물이 조금 매웠지만 맛있게 먹었어요
친구엄마가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친구는 없었어요

친구는 병원을 엄청 무서워해요
장례식장이 병원 옆에 있어서 들어오지 못했대요
친구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뵙지 못했어요
할머니 사진 앞에 국화꽃도 놓지 못했어요
매운 국물에 밥을 맛있게 먹지도 못했어요

사랑하는 가족이 돌아가시면
다 이렇게 하는 거라는데...
친구는 그걸 하지 못했어요

평범하게 사는건 쉬운 게 아니예요
나한테는, 친구한테는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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