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언어


말, 언어, 의사소통이 의미는 다르다

한효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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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8 14:32



6살 귀여운 꼬마친구 미소(가명)를 만난 건 재작년 어느 가을이었다. 낮선 공간과 낮선 사람이 있는 환경에 격렬히 저항 하듯이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아이는 엄마에게 매달려 있었다. 일부러 아이를 떼어놓으려는 어머님께 그냥 두시라고 조금 힘드시겠지만 괜찮으시면 아이를 안고계시라 부탁드렸다. 등을 어루만지고 토닥토닥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 주시라는 조언과 함께.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아이는 스스로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살피며 어머님께 아이와 집에서 노는 것처럼 놀아 달라 요청하고는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첫 시간은 항상 아이와 양육자의 상호작용을 관찰한다. 의미 있는 대상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가 가진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육자의 반응성과 엄마가 아이의 의사소통 능력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장난감을 선택한 엄마는 “미소야~ 이리와~ 이것 봐~”라며 미소를 불렀다. 몇 번의 시도에도 미소의 반응이 없자 엄마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는 언어가 안 되니(정확히 어머님의 의도는 말-구어) 언어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이때부터 나는 엄마를 붙잡고 틈만 나면 의사소통! 의사소통! 의사소통! 주구장창 의사소통! 특히나 초기에는 의사소통 의도/기능을 강조하는 부모 상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발달장애를 지닌 친구들을 대하는 부모, 교사, 치료사들 중 가끔 말과 언어 그리고 의사소통 용어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이러한 용어들이 동의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달장애를 지닌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들은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각 용어들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적합한 교육적 지원이 무엇인지 결정하는데 있어 혼동이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소 어머님은 의사소통을 말하기로 생각하고 계셨다. 때문에 엄마는 소리를 내어 낱말을 구어로 표현하면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여기셨고 그것을 교육의 목표로 생각하셨다. 그러나 실제 중재의 목표는 엄마의 생각과 달랐다. 미소에게 시급한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었다. 엄마와 상호작용 하기 위한 행동이나 의도적 의사소통 시도를 거의 보이지 않는 미소에게 필요한 교육적 지원은 말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상호작용 하고자하는 마음, 의사소통 의도를 갖도록 하고 그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미소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말, 언어, 의사소통이란 무엇인가?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란 나의 생각, 감정, 느낌, 정보 등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송신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형성하고 말이나 제스쳐, 쓰기 등의 의사소통 방식(modality)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받는 수신자는 다른 사람으로 부터 정보를 받아들여 그 정보를 이해한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 중 주로 사용되는 의사소통 방식은 말이다. 말(speech)은 메시지를 소리 신호로 만들기 위해 호흡기관, 발성기관(성대, 연인두)와 조음기관(혀, 입술, 입천장)을 움직이는 과정이다. 그리고 언어(language)는 메시지(생각, 느낌, 사건 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호 또는 상징들이 특정한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체계이다. 의사소통에서 언어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의미(내용)에 맞도록 규칙에 따라 소리를 단어, 단어를 구와 문장으로 배열(형식)하여 적절히 사용하는 영역의 체제이다.

말, 언어, 의사소통의 관계를 잘 드러내주는 도식 <그림 2>를 살펴보자. 의사소통 틀 안에서 구어(verbal language) 또는 문어의 언어적 방식 뿐만 아니라 눈맞춤, 감정공유, 의도적 발성, 손짓 등의 비구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각각의 용어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생긴다면 구어 방식 또는 다른 특정 방식을 선택하는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경험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중재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요즘 미소는 울음, 웃음, 발 구르기, 고개 끄덕이기,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방식으로 의사소통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이 의도 표현을 했을 때 원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 상황에서 미소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의사소통 목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드물기는 하지만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싶으면 주먹을 쥔 채 입에 대고(도구적 기능), 하고 싶지 않은 놀이감을 보여주면 발을 구르고 화를 낸다(사적 기능). 그리고는 빈 바구니를 가져와 내 앞에 놓는다(통제적 기능). 새로운 놀잇감을 보고 눈을 잔뜩 찡그리고 턱을 들고는 고개를 좌우로 살피는 시늉을 한다(발견적 기능). 또한 미소가 먼저 의사소통을 개시하는 의사소통 전달자의 역할 그리고 간단한 생활 관련 지시어들을 듣고 이해하는 수용자의 역할도 조금씩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미소는 의사소통 능력(다른 사람과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언어적이고 화용적인 요소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가려 걸음마를 하고 있다.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미소의 의사사통 능력이라는 새싹을 어떻게 잘 자라게 해야할까? 이것은 다음 원고에서 알아보자.



참고문헌


김수진(2012). 교사와 부모를 위한 청각장애 아동 교육. 서울: 학지사.
Justice, L. M, & Redle, E. L.(2014). Communication Sciences and Disorders: A Clinical Evidenced-Based Approach (3rd edition). Pearson Education Inc. 임상근거기반 의사소통장애(박현주, 이은주, 표화영, 한진순 역). 서울: 시그마프레스.
Kuder, S. J. (2012). Teaching Students with Language and Communication Disabilities (3rd edition). Allyn & Bacon. 언어장애와 의사소통장애: 학령기아동 가르치기(김화수 역). 서울: 시그마프레스. (원저 2008).

한효정/ 특수교육학 박사/ 언어재활사/ 발달장애지원전문가 포럼


※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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