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언어


반향어의 이해와 소통(1) - 반향어의 기능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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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16:02



반향어는 반복적으로 말하는 행동으로, 전에 보았던 영상이나 이전에 들었던 노래나 대화 등에 나온 단어와 소리들을 메아리처럼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향어가 단순히 목적이 없는 반복적인 행동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대부분의 반향어는 분명히 목적이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반향어는 자폐아들에게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닙니다. 사실 보통 아이들이 말을 처음 배울 때 인칭대명사를 바꿔 쓰는 것처럼, 반향어도 그 자체로는 언어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형적인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도 특정 시기에 자폐아들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반향어를 사용할 때가 있지만, 어릴 때 잠깐 그런 시기가 있을 뿐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입니다. 자폐아들은 대부분 기억력이 좋고, 무언가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이 반향어와 연관된 것일 수 있습니다.


반향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방금 전에 들은 것을 바로 반복하는 즉각적 반향어와 예전에 들었던 것을 반복하는 지연된 반향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두 반향어의 기능들은 개개인마다 각각 다를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반향어의 기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아래의 주장들이 모두 확실한 근거를 둔 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반향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크고 작은 단초를 제공해 주는 의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반향어의 기능


1.발화의 빈 공간을 채워준다


가끔 우리 아이들은 대화에 리듬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즐기고 싶어하지만, 그 리듬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무언가를 말할 차례라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 순간에 무엇을 말해야 할 지는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이 아이들은 그 말을 주고받는 리듬이 멈춰지는 순간 그 공백을 반향어로 채우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2.“예”라고 말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예”라고 말하기를 배우기 전에 먼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배웁니다. 아마 이는 거부나 부정을 해야 할 상황이 더 많거나, 그들의 모델(주로 부모)이 “예”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더 많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이나 “그래, 그거 만져도 되!”라고 말하십니까). 이럴 경우 “예”라고 말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우유 마시고 싶어?”라는 여러분의 발화를 반향어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네, 마시고 싶어요”라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사용되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보면 대부분의 반향어가 이런 용도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사물의 이름을 익히는 중이다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초기에, 아이들은 사물의 이름을 그냥 단순히 반복함으로써 그 낱말을 습득하기 시작하곤 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사물의 이름들을 분해하고 음소들이 어떻게 발음되는지 연습하고, 그 음소들을 다르게 조합하여 다른 뜻을 나타낼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기도 합니다(예, 일부러 가방을 앞쪽으로 매고 뒤쪽에 맸다고 말해 보는 것). 반향어는 때때로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언어발달의 초기단계의 연장선이 될 수가 있는데, 복잡한 말소리를 따라할 수는 있지만 그 언어가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지 연결짓는 데에는 아직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그 대상에 더 정교한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행동이 반향어와 유사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4.차분하게 가라앉히기


항상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적인 순서나 절차는 자폐아들에게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안전함을 느끼게 하며 편안함을 줄 수 있습니다. 자폐아들이 불안감 또는 두려움을 느낄 때 평소에 그 상황에서 들었던 익숙하고 친밀한 말소리들을 스스로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생성시키는 것은 혼란 속에 규칙적인 순서를 만들어 스스로를 차분하게 안심시키기 위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5.스티밍(Stimming)


스티밍 stimming은 스스로에게 자극을 준다는 의미의 self-stimulating의 줄임말로 보통 상동행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자폐성 장애나 감각처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신경계를 가라앉히거나 반대로 각성시키기 위해 반복해서 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그리고 반향어는 이런 스티밍의 말소리 버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의 반향어는 그저 반복된 자기자극 행동들 중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6.말소리 즐기기


어떤 것들은 그저 입으로 그것을 소리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말들도 있습니다(예, 저는 꼬부기라는 말을 소리내어 할 때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낸 말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특정 단어나 소리들은 그 아이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말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기들의 얼굴을 본적이 있으시죠? 정말 즐거워합니다.


7.언어 학습 과정


언어습득이 완성된 성인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뇌가 지연됨없이 언어를 즉각 처리함에 따라 모국어를 아주 쉽고 편하게 사용합니다. 그런데 외국어를 처리할 때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갑자기 그 언어를 인식하는 것이 느리고 불편해지고, 그게 무슨 말을 뜻하는지 단어들을 하나씩 쪼개어 어렵게 알아내는 상황을 겪게 되겠죠.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도 이와 비슷하게 느낄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방금 들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뜻을 알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자신이 말한 것이 제대로 말한 것인지 다시 확인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보기에 반향어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8.기억과 상황의 반복


가끔 반복된 상황은 그 상황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된 말소리들을 즉각 떠오르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떠오른 소리를 바로 입으로 산출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마트를 갈 때마다 반복해서 똑같은 광고 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렸다면, 아이는 그 마트에서 본 쇼핑 카트를 볼 때마다 그 소리를 따라 되뇌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나서 내리려 할 때마다 “문이 열릴 때까지 그대로 앉아 계세요”라는 안전 방송이 반복해서 나온다면, 아이는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그 말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9.소통을 위한 시도


어떤 상황이나 감정들은 언어로 표현하기에 너무 어렵거나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향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 머릿속에 있는 대본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일부분을 반복한다든지(예, 오늘 즐거운 미술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제 붓을 들어봐”라고 말함), 텔레비전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그들이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대사(예, 무서움을 표현하기 위해 “니모야, 어디 있는 거야?”라고 말함)를 따라함으로써 우리와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반향어는 소통을 위한 시도이고 수단일 수 있는 것이죠.


10.불안 감소를 위한 방어


반향어는 자폐아들이 생각과 감정을 나눌 때에 느끼는 불안감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해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표현이 오해 받는 경우가 많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생각이나 기분을 말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고 상처받기 쉽다는 인상을 남기게 되는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신해서 이야기 해주거나 그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해서 불안감을 감소시키려 할 수도 있습니다.



반향어를 특별한 목적이 없는 병리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이가 왜 반향어를 사용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우리가 아이와 소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반향어를 사용하는 아이와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다음 기회에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www.snagglebox.com/article/echolalia-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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