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언어


ABA/언어행동에 기반한 “예/아니오” 가르치기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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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08:39



“예/아니오” 로 대답하기는가정이나 교육기관, 치료실에서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지도하는 교육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공을 들인 만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상관없이 그저 “예”만을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 불러주는 이름의 카드를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는 아이인데도 “이거 자동차니?”라고 물었을 때 “예”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키너가 개념을 정립한 언어행동(Verbal Behavior)에 근거해서 “예/아니오”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언어행동이론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키너의 언어행동이론에 의하면, 언어란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강화에 의해 학습되는 행동'으로 간주합니다. 아동이 말을 하거나 표현하는 입장에 놓였을 때 어떤 기능(쓸모)을 가진 언어행동을 하게 되느냐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언어행동 접근에서는 단순히 말을 하느냐(표현언어)/말을 듣고 이해하느냐(수용언어)로 구분하지 않고 기능별로 구분하게 됩니다.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언어행동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에 있습니다.

<가정에서 시작하는 ABA기반 언어행동지도>(클릭!)


언어행동 중 아동이 말을 하는 입장이 되는 경우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말을 한다’는 의미는 구어뿐 아니라 수화, AAC 등도 포함됩니다)


1) 맨드 (요구하기) : “쥬스 주세요.”

2) 택트 (언급하기) : “이건 자동차예요.”

3) 인트라버벌 (대답하기) : “몇 살이니? / 다섯 살이요.”


각 기능별 언어행동에 근거해서 아이들의 언어를 분류해보면 소리내어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상황에서는 유독 표현하지 못하는 발달장애 아동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0장이 넘는 그림카드의 이름을 혼자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이 먹고 싶은 과자 이름은 말하지 못하거나 (맨드가 어려운 경우), 방금 전에 혼자 이름을 말하며 놀던 장난감의 이름을 엄마가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는 경우 (인트라버벌이 어려운 경우) 기능이 각기 다른 언어행동의 발달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양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요구하기'와 '언급하기'는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언어행동이기 때문에 요구하기와 언급하기를 가르칠 때에도 각각 따로 가르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아니오 대답을 유도하는 활동에 있어서도 대답해야하는 말이 “예/아니오”인지를 살피기 이전에 어떤 기능의 언어행동에 관계된 질문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예/아니오 - 맨드’ : “쥬스 줄까?”

2) ‘예/아니오 - 택트’ : “이게 쥬스니?”

3) ‘예/아니오 - 인트라버벌’ : “오리가 야옹~ 하고 우니?”


아이가 매우 선호하는 아이템(쥬스)이 눈앞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쥬스 줄까?”라고 물어보는 ‘예/아니오 맨드’는 상대적으로 익히기 수월한 언어행동입니다. 아이가 “예”라고 대답하는 경우, 먹고 싶었던 쥬스를 얻을 수 있는 강화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아니오 택트’는 맨드보다는 훨씬 어려운 활동에 해당합니다. 눈앞에 좋아하는 쥬스가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쥬스인지 아닌지를 묻는 ‘예/아니오 택트’에 답하는 것은 맨드보다는 어렵지요. 하물며 ‘예/아니오 인트라버벌’의 경우, 눈앞에 해당 아이템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진위여부를 묻기 때문에 맨드나 택트보다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언어행동입니다.


각 기능별 언어행동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맨드, 택트, 인트라버벌과 관련된 활동을 뒤섞어 제공하거나 질문에 대한 '예/아니오' 대답을 강요하게 되면 아동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아동의 언어수준이 현재 어디에 도달했는지를 미리 파악한 뒤 언어행동을 가르치는 목표를 정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아니오 맨드’를 가르칠 때, 거부나 거절의 의미로 ‘아니오, 싫어요’를 연습시키거나 고개를 가로젓는 행동을 가르치는 것은 거부의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행동, 즉 싫다고 울거나 물건을 던져버리거나 손을 밀쳐내는 행동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쥬스 싫어요, 사과 먹기 싫어요” 등의 의미를 담은 ‘아니오 맨드’를 일찍부터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예 맨드’를 가르치는 것은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동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눈앞에 없는 아이템을 달라고 표현하기 전까지는 ‘예 맨드’를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대략 10-20개 가량의 아이템 (좋아하는 장난감, 간식, 활동 등)을 맨드할 수 있거나 관련된 동작 (밀어줘, 와줘, 열어줘 등)을 맨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도록 강요받거나 그것을 너무 일찍 배운 경우, 자신의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로 무조건 모든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아무 질문에나 긍정의 대답을 함으로써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웃지 못할 경우도 많습니다. (“달나라에 가봤니? / (무조건) 예!”)


원하는 아이템을 아동이 직접 요구하는 대신, 상대방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너무 일찍 배우게 되면 “예”라는 대답이 모든 맨드를 대신하게 되고, 결과적로 아동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 아이템을 맨드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예”라고 간단히 대답해버리면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같은 이유로 “더 주세요”라는 표현도 너무 빨리 가르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을 더 달라는 것인지, 특정 아이템을 직접 맨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아니오 인트라버벌’을 위해 질문할 때에는 정확한 내용을 미리 알고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진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해당하기 때문에 묻는 사람이 사실관계를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고양이가 하늘을 날 수 있니?” 라는 인트라버벌 질문에는 반드시 “아니오”라는 답이 뒤따라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은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그저 관성적으로 교육받은 대답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예/아니오” 대답하기를 가르치기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내용을 모르는 채로 그저 대답만 하게 된다면 이는 맨드, 택트, 인트라버벌의 기능을 갖추지 못한 무의미한 대답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각 언어행동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동의 언어발달 수준을 고려한 “예/아니오 가르치기”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자료

Teaching Kids with Autism to Reply to Questions with Yes and No

(https://www.youtube.com/watch?v=OlufIVItOTk)




정유진 :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행동분석가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교육위원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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