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행동지원 컨설팅] 우리 모두는 자기 자리에서 전문가이다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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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02:31




우리 모두는 자기 자리에서 전문가이다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 행동지원 컨설턴트)



컨설팅을 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막상 그 컨설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지 못하는 기관/사업이 꽤 많다. 


- 몇 번을 만나야 하는지

- 얼마나 자주 만나야 하는지

- 누구와 함께 만나야 하는지

- 만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지


세부적인 요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행동지원 컨설팅의 진행 역시 무척 달라진다. 이렇게 복잡하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행동지원 자체가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지원/교육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참여할수록 성공적인 행동지원 컨설팅을 기대할 수 있다. 


학교만 해도 장애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동안 통합교사, 특수교사, 실무사, 사회복무요원이 각기 다른 시간, 장소에서 각기 다른 역할로 학생을 만난다. 따라서 컨설팅에 이들이 모두 참석하면 더욱 좋고 이 사람들이 그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자리에 양육자가 함께 한다면 더더욱 좋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A학생은 수업시간, 쉬는 시간 구분하지 않고 수시로 복도로 나가고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교실 안에서도 여기저기를 스프링마냥 튕기듯 돌아다니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물을 컴퓨터에 쏟아버리는 행동을 갑자기 하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이 늘 옆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 학생을 위한 행동지원 컨설팅에는 *컨설팅사업 담당교사 *담임교사 *사회복무요원 *엄마 *컨설턴트가 참석한다. 컨설팅 일정 조율과 사업진행은 담당교사가 책임지고 있으며 행동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논의한다. 동등한 입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비슷한 분량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각각 A학생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늘 확인한다. 


행동지원에 관하여 교재에 나옴직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학생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체감하는 학생의 컨디션이나 변화를 다함께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학생의 동작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에스코트가 필요하다는 점은 컨설턴트가 제언할 수 있지만 팔짱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끼고 걸으면 좋을지, 다른 학생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걸어야 충동적으로 나타나는 타해행동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지는 사회복무요원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통합학교에 다니는 B학생은 수업시간을 온전히 통합학급에 머무르기가 어렵다. 통합교사의 수업을 조금 듣다가도 클레이를 꺼내어 조물락거리기도 하고, 수업이 지겨워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나오기 전에 미리 울리는 타이머 소리를 듣고 실무사와 함께 복도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온다.        


이 학생의 행동지원 컨설팅에서는 실무사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실무사가 어떤 일정으로 이 학생과 산책을 다녀와야 하는지, 그 일정은 앞으로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계획은 컨설턴트와 특수교사, 통합교사가 주로 논의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주된 사람은 실무사이다. 실무사가 직접 실행해보면서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컨설팅 자리에서 더 세밀하게 조율한다. 


나는 이 회의에 컨설턴트로 참여하면서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늘 듣지만, 이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리에서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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